원래는 크리스마스 때에 사촌 동생들을 보여줄 애니메이션을 고르다가 선택한 것 중 하나인데, 다소 어긋난 번지수를 잘못 찾았던 것 같습니다. ^^; 배꼽빠지는 유머도, 화끈한 액션도 없고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제 취향의 만화로 재밌게 본 작품입니다.
줄거리를 조금 이야기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영화 시작 장면....어떤 사람이 정성스레 내부에 기계 장치가 심겨진 봉제 인형을 만듭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놀랍게도 봉제 인형은 눈을 뜨고 사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눈을 뜬 봉제인형이 본것은 어지럽혀진 방에 쓰러져있는 시체 한구... 봉제 인형의 등 뒤에는 "9"라고 쓰여져있고, 이상하게 생긴 문자가 포함된 작은 장치를 찾아 몸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9가 눈길을 돌려 방 밖을 바라보니 황폐하게 변해버린 도시의 모습만이 들어옵니다. 풀 한 포기도 없는 황량한 곳에서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봉제인형을 보고 방을 빠져 나간 9는 "2"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갑작스레 나타난 괴물 로못에 의해 2는 납치되고 정신없이 도망가던 9는 "5"를 통해 구원받고 자신과 같은 봉제인형들의 도피처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는 "1"을 비롯해서 "5", "6", "8" 등이 전쟁을 피해 숨어 있습니다. 그곳에서 9는 세상이 멸망하게 된 이유를 알게됩니다.
과학 문명이 급속하게 발달하게 된 어느 시점에 과학 문명이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인공 지능을 가진 로봇이 개발됩니다. 그러나 인공 지능 로봇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점차 그 순수성이 더럽혀진 인공지능은 결국 단순히 파괴를 일삼는 병기로 변하게 됩니다. 결국 이 기계들은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모든 인류는 멸망, 살아남은 것은 봉제 인형들 뿐이었습니다.
잡혀간 2를 구하기 위해 5를 설득하여 괴물들의 본거지에 들어가게 된 9는 갑작스레 나타난 "7"의 도움으로 간신히 2를 구하지만 잘못된 호기심으로 인류 멸망을 일으킨 인공 지능 로봇의 중심부를 깨우게 되고, 2는 그 와중에 영혼을 뺏겨 죽게됩니다. 9가 처음에 가진 이상한 문자가 그려진 작은 장치는 잠든 인공 지능 로봇을 깨우는 키이자 다른 이의 영혼을 다른 이에게 옮기는 전송 장치였던 것입니다.
간신히 괴물들의 본거지에서 탈출하지만 봉제 인형들의 영혼을 뺏기 위해 인공 지능 로봇은 끈질기게 추적을 가합니다.
탈출에 성공한 후 오래된 도서관에 숨어있는 "3", "4"를 만나 여러 가지 정보를 알게됩니다. 인공 지능 로봇은 한 천재 과학자를 통해 그 과학자의 인격을 가진체로 발명되었으나, 과학자의 생각과 달리 평화적인 목적이 아닌, 군사 목적으로 전용되면서 점차 순진했던 인공 지능은 변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후 과학자는 영혼을 옮기는 장치를 통해 자신의 영혼이 나뉘어 담긴 9개의 봉제 인형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인공 지능 로봇을 없애고자 계획한 것입니다......
인류조차 멸망시킨 인공지능 로봇을 사람 손바닥 크기만한 봉제 인형들이 어떻게 없앨 수 있었는가는 영화를 보시길 바랍니다. ^^;
9명(?)의 봉제 인형들은 과학자가 가진 인격들을 각각 상징합니다.
1은 오만하지만 보수적인 겁쟁이 리더
2는 4차원 발명가
3과 4는 학구열이 강한 쌍둥이 학자
5는 희안한 것을 발명하는 기술자
6은 얼핏보면 미친듯한 별난 예술가
7은 보수적인 리더에 반발하는 전사
8은 머리는 나쁘지만 충실한 부하
9는 정의롭고 모험심이 강한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
위와 같이 각각의 캐릭터들의 개성이 잘 설정되어 있습니다. 한명의 인격이 나뉜 것치고는 다채로운 것 같습니다.
7을 여전사라고도 표현하던데 과학자는 남자였다는... 인격 속에 여성도 있단 말인가 ~_~ 시나리오 상 여자가 맞긴 합니다만...
과학 문명과 인류의 욕망에 대한 메세지도 적절하게 전달해주고 있고, 캐릭터들의 개성도 잘 표현되어서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봤습니다. 다만, 어두운 색조에 디스토피아.. 아니 아예 멸망당한 미래의 모습 등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가 만화 전체를 감싸고 액션이 강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디즈니나 다른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감동이나 쾌감은 적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이들이 연말을 맞아 보기에는 좀 무거운 편인지라 다른 작품을 보여줬지만, 언젠가 머리가 좀더 크면 보여줄만 작품같습니다. 한 가지더~ 팀버튼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주도적인 역활을 한 것 같지는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