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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사

비오는 날 이사하기

오늘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두 달 전 갑작스레 계획된 이사인데 급하게 집을 찾다보니 알맞은 집을 찾지 못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게다가 힘들게 찾은 집들은 어딘가 꼭 치명적인 결함들이 하나씩은 존재해서 얼마나 많이 발검음을 돌렸는지 모릅니다. 이사하면서 서울 전체를 돌아다니며, 이렇게 발품을 많이 판 적은 없었더 것같습니다. 다행히 겨우 알맞은 집을 하나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집보다 상당히 작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많은 짐들을 버려야 했습니다. 덕분에 포장 이사를 할 계획이었음에도 짐 정리하는데에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눈물을 뿌려가며 이것저것을 버리고 난 후, 기대한 이삿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새벽부터 비를 부슬부슬 내려주었습니다. 계속 내린 비로 눅눅한 날씨 가운데 이사는 시작되었고, 그 와중에 미리 짐을 정리하기 위해 장만해둔 종이 박스들이 비를 맞아 모두 적게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찢어져서 안에 넣어둔 짐들은 대충 아무대나 정리해 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종이 박스들을 이사용 박스에 담아 이동을 해서 비를 직접 맞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눅눅한 날씨를 견뎌내지 못했나 봅니다. 불량품도 아니고 이렇게 허약해서야...여하튼 종이에는 물이 천적임을 상기시켜주는 것으로 박스의 생명은 끝이 났습니다.

부산한 이사짐 나르기가 오후 4시 경에는 끝났고, 이제는 대충 옮겨진 짐들을 올바른 자리에 위치시켜야할 때입니다. 제일 먼저한 것은 역시 컴퓨터 이상 유무 확인. 이사 중간에 인터넷 정비 기사가 와서 외부선을 연결해주고, 각 방으로 랜선까지 뽑아내준 덕택에 각종 선만 연결하면 되어서 아주 간편했습니다. 그런데 부팅 후에 이쁜 색깔의 녹색 줄을 두 줄이나 발견. 이사 도중 LCD에 충격이 간건지, 수직으로 화면을 가르는 두 개의 줄.... 부랴부랴 집안의 다른 PC들도 확인하였습니다. 어머니 PC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동생 PC는 부팅 중 자동 종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습기찬 날씨에 파워가 문제가 생긴 것이던지, 평소에도 문제가 좀 있던 쿨러의 문제인지. 두 대의 PC에 문제가 생긴 걸 확인하고서 이사짐 센터에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담당자가 퇴근을 해서 내일 아침 연락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애지중지 아껴운 LCD 모니터에 줄이 생긴 것도 서러운데, 설마 내일 잘못없다고 발뺌은 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장농 못 올린다고 점심값도 뺏어 갔는데, 만약 발뺌을 한다면 확 뒤집어 엎어야 겠습니다.

이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두통에 몸살 기운을 호소하시는 어머니, 새 집이 낯설어서인지 민감해진 캐리, 망가진 PC들. 덕분에 새 집에서 기분좋게 첫 날을 맞이해야하는데 기운이 쑤욱 빠지는 듯 합니다. 시간은 부족한데 할 일은 아직도 많으니 얼른 힘을 내야겠지요.

비오는 날의 이사. 생각보다 어려운 듯 합니다.